자녀와의 거리 그리고 반복되는 실패

자녀들이 이젠 더 이상 어린이가 아닌 성년, 혹은 성년을 한해 남겨 놓은 상태에 있는 부모라면 그들이 더 컸다고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들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잘 알고 있다. 내 나이대를 살다 보면 어떻게 하면 성공할지보다는 어떻게 하면 실패할지를 더 잘 알고 있다. 왜냐하면 난 성공보다는 실패를 더 많이 경험하였고, 그 실패의 경험을 끊임없이 반복하고 다시 그런 일이 반복되지 않기를 다짐하지만, 곧 그 일은 내게 반복됨을 알고 있다.

그래서 그런 일이 내가 사랑하는 내 자식들에게는 일어나지 않기를 고대하지만, 일어날 일은 일어나고 만다. 그리고 정확하게 조금도 나아지지 않고 나의 삶의 궤적을 한 치의 어긋남도 없이 따라가는 것을 보면 안타깝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하고, 이 굴레를 언제가는 끊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함이 한탄스럽기도 하다.

내 아들이 고3인데 성적은 나날이 나빠지고 있고, 나와의 거리는 점점 멀어지고 있다. 중요한 것은 그 거리를 내가 유지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고, 나 역시 그것을 좁히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는다. 실망하기도 했고, 3년 동안 나를 기만한 것과 합리적인 소비가 아닌 1억 중 5천만 원만 사용하고 나머지는 진심으로 그냥 버렸다는 실망감을 난 지울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