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더위는 역대급입니다. 역대 3위에서 2위로 자리를 바꿨다고 하니, 그 강도가 실감납니다. 라디오에서 역대 더웠던 해들을 이야기하는데, 낯익은 연도가 들려왔습니다. 바로 1994년입니다. 그 해는 저에게도 잊을 수 없는 여름이었습니다.
저는 93학번으로 대학생활을 마친 뒤, 1994년 초에 입대했습니다. 군번은 94군번이었죠. 4월에 입대해서 6주간의 훈련을 마치고, 5월 말에 강원도 철원에 위치한 GOP(일반전초)로 자대 배치를 받았습니다. 그 해 여름은 정말로 뜨거웠습니다.
당시의 기억을 더듬어 보면, 물이 부족했던 야산에서 우물물을 길러 샤워했던 장면이 생각납니다. 그해 비도 유난히 많이 내렸습니다. 폭우로 인해 철책이 무너지고 산사태가 발생했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공병이 올 때까지 임시 철책을 세우고, 5미터마다 보초를 서야 했던 날들이 떠오릅니다. 낮에는 뜨거운 태양 아래 돌격군장을 메고 20미터 간격으로 서 있었고, 밤에는 비를 맞으며 졸음과 싸워야 했던 고된 시간이었습니다.
그해 여름은 김일성의 사망으로도 기억되지만, 저에게는 이등병으로 백골부대 최전방에서 보낸 시간이 더 깊게 남아 있습니다. 육체적, 정신적으로 힘들었던 그 시간들은 지금 생각해도 참 많은 것을 느끼게 해줍니다.
올해의 더위는 2018년의 기록을 넘어서 역대 2위에 올랐다고 합니다. 1994년과 2018년의 더위도 견딜 만했지만, 올해는 유독 힘들게 느껴집니다. 더위가 너무도 강렬합니다. 하지만 이 여름을 슬기롭게 이겨내며 건강하게 지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겠지요.
더위 속에서도 건강 잘 챙기시고, 이 뜨거운 여름이 지나고 나면 또 하나의 추억으로 남을 수 있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