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간 프로그래머로서 살아오면서, 저는 항상 긴장 속에 살아왔습니다. 경쟁과 비교는 저의 일상이었고, 그로 인해 자존감과 자신감에 대한 압박감을 느끼며 살아왔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마주하게 되는 다양한 사람들—동료 개발자들—과의 관계에서 많은 것을 배우게 되었습니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저는 다양한 인간 군상을 보게 되었습니다. 특권의식, 이기주의, 그리고 친목질과 정치질이라는 부정적인 면들을 마주하면서 혐오감을 느끼곤 했습니다. 그런데, 문득 스스로를 돌아보니, 나 또한 누군가의 눈에는 그들처럼 보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런 생각은 나를 더더욱 혼란스럽게 만들었고, 결국 나는 외부의 시각과 내 자신의 시각을 외면하고자 애써야 했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외면하려 해도, 우리의 과제나 책임은 결코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결국, 그 모든 일의 끝에는 내가 그 ‘설거지’를 하고 있음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이 깨달음은 나에게 큰 충격을 주었지만, 동시에 내가 사랑하는 일을 계속해서 해나갈 수 있는 이유가 되기도 했습니다.
젊었을 때, 저는 제 실력에 대해 상당한 자신감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다른 이들에게 삶에 대해 조언도 서슴지 않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그 시절을 돌아보면, 얼굴이 화끈거리고 부끄러움이 밀려옵니다. 그때의 얄팍한 삶의 경험을 바탕으로 다른 이를 판단하려 했던 제 자신이 얼마나 오만했는지를 이제야 알게 되었습니다.
그렇지만, 나이를 먹고 세월이 흘러도, 나의 가치관을 흔드는 말과 행동을 만났을 때 생기는 마음의 상처는 피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나는 점점 마음에 철갑을 두르게 되었습니다. 상처받지 않기 위해서 말입니다.
저는 여전히 제 일이 좋습니다. 하지만, 일하는 회사에 대한 감정은 그리 긍정적이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월급을 받았으니, 주어진 일을 수행합니다.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하면서도, 마음 속 깊은 곳에서는 여전히 울컥거림이 남아있습니다. 잘해내고 싶은 욕망이, 완벽을 추구하려는 마음이 아직도 남아있기 때문일 겁니다.
삶을 사랑하는 것은 어쩌면, 이러한 모든 복잡한 감정들을 인정하고, 그 속에서 나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일지도 모릅니다. 남들의 시선이나 사회의 기준에 얽매이지 않고, 내가 진정으로 사랑하는 일, 나에게 의미 있는 일을 찾고 그것을 지속하는 것이 진정한 삶의 사랑일 것입니다. 나는 앞으로도, 이런 혼란 속에서 나만의 삶을 찾아가며 사랑할 것입니다.